중도금까지 냈는데…"집 못 뺀다" 말 바꾼 세입자 결국

입력 2024-01-01 09:00   수정 2024-01-01 09:09


잔금 지급일을 앞두고 매매계약 대상 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이 퇴거 약속을 번복할 경우 매수인이 잔금 지급을 거부해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아파트 매수인 A씨가 매도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처분문서의 해석,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의 인도 의무, 민법 제536조 제2항에서 정한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1년 1월 13일 B씨가 소유한 인천 연수구 아파트를 11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잔금 지급과 소유권 이전은 2021년 4월 22일에 하기로 했다.

해당 아파트에는 임대계약 만기가 2021년 10월 19일인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같은 해 12월 6일까지 아파트에 거주하기로 했다. 이에 A씨와 B씨는 매매 계약서에 '실제 명도는 2021년 12월 6일로 한다'는 특약 사항을 기재했다.

하지만 임차인은 잔금 지급일 직전인 2021년 4월 19일 B씨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2년 더 거주하겠다"고 통보했다. B씨는 A씨에게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달했다. A씨는 "2021년 12월 6일에 아파트를 인도받을 수 없다면 B씨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므로 피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답변했다.

A씨는 잔금 지급일에 자금을 준비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방문했으나 B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B씨는 다음날 "자신이 입원 중인 요양병원으로 와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수령하라"고 통보하면서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재차 전달했다.

이 아파트에 실거주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던 A씨는 잔금 지급을 거절했고, B씨는 이를 이유로 계약 해제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아파트를 2021년 12월 6일까지 원고에게 거주할 수 있는 상태로 실제 인도할 의무가 인정된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피고의 인도 의무는 면제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원고로서는 인도 의무를 이행 받을 수 있는지 현저히 불확실한 이상 반대급부인 잔금 지급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엇갈렸다. 2심 재판부는 "사건 매매계약에서 인도일을 2021년 4월 22일로 정했고 원고가 피고의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승계하기로 했으므로 임대차계약에 따른 점유매개관계를 원고가 인수함으로써 인도 의무가 이행된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의 현실인도의무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른 원고의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잔금 지급 의무의 이행거절이 정당한 것은 아닌지, 그 결과 위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피고의 해제권 행사에 문제는 없는지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계약 체결 당시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임차인이 잔금 지급일 직전 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매수인의 잔금 지급 의무의 이행거절이 정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그 잔금 지급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매도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취지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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